드뎌!전통코스~ 지리종주하다!!
단기 방학을 맞이하여 꿈에도 그려오던 터키여행이 복잡한 인간사로 인해 무산으로 돌아가고
그 허탈함이란!!!
정말 이 황금같은 시기를 그냥 썩일 것을 생각하니
하늘이 노랬다.
그러나 여행은 좋아하는 기질땜에 그냥 썩힐 순 없어 맘을 바꾸어 먹고
산을 좋아하는 지인과 우리의 어미산인 지리산 종주를 하기로 맘 잡아먹었다.
자유로움을 최대한 만끽하기 위해 자가용을 버리고 시외버스를 선택했다.
5월 8일 부산 사상터미널에서 구례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아, 대학졸업하고 몇십년 만에 타보는 시외버스도 나름 낭만과 재미가 솔솔했다.
구례에서 그날 저녁에 먹을 삼겹살과 지리산 종주도가 멋지게 인쇄된 기념 손수건을 사고
다시 노고단(성삼재휴게소)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 40여분의 지리산 비탈길을 달려 성삼재에 다다랐다.
드디어, 출발!
들머리로 지리산종주의 가장 전통적인 코스인 노고단(성삼재)을 시발점으로
노고단 대피소(1박)-노고단(1507m)-돼지령-봉(1424m)-임걸령(1320m)-노루목(1500m)-삼도봉(1550m)-토끼봉(1537m)-무명봉-명선봉(1586m)-연하천대피소-삼각봉-형제봉(1452m)-벽소령대피소-덕평봉(1522m)-선비샘-칠선봉(1558m)-영신봉(1652m)-세석대피소(2박)-촛대봉(1704m)-삼신봉-연하봉(1730m)-장터목대피소-제석봉(1806m)-통천문-천왕봉(1915m)-중봉(1874m)-써리봉(1642m)-장터목대피소-치맡목산장-무제치기폭포-유평리-대원사로
총 37.2km의 대장정을 마쳤다.
1일차! -노고에서 하룻밤~~~
넘 가벼운 산행(성삼재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으로 몸이 가려울 정도였다.
난 노고단대피소 여자방은 노고단실 여-30코너에 배정을 받고 짐을 정리하고
남은 시간을 이용하여
노고단에서 성삼재 방면으로 한 250m내려간 곳에 위치함 무령치로 내려가
세수와 발을 씻고 지리산에서의 첫 만남을 정리하였다.
씻고 저녁을 취사장에서 삼겹살을 구워 소주 한잔을 하는 중
여인의 엉덩이 두쪽을 닮은 반야봉으로 산나물을 캐러 왔다는 대구의 부부 산님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2일차! 노고에서 세석까지 장장 13시간, 20km 종주의 날~~~
새벽 4시 기상,
엇저녁에 미리해 놓은 아침을 먹고
4시 반 정각에 작은 손전등에 몸을 맡기고 본격적인 지리산 종주를 시작했다.
5시 반경이 되니 해가 떠고 지리산의 아침을 맞이하였다.
그 싱그러움과 청아함의 극치를 어떻게 표현할까?
너무너무 아름다운 신록의 색깔과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의 조화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 둘길이 막막했다. 이곳저곳을 더듬는 나의 눈길은
마치 깊은 산속에서 선녀를 만난 나무꾼의 설레는 눈빛과 비유할 수 있을까?
장장 13시간을 소요하여 2박장소인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세석은 노고단에 비해 시설면에서 매우 열악하였다.
-노고단이 호텔이라면 세석은 장급 여관수준/노고단은 쓸레기 분리수고대가 바로 취사장 옆에 있고 취사장안에 씽크대와 개수대, 식수까지 딸여있는 초화화대피소였다-
그리면서도 많은 산님들이 이곳에서 비박내지 숙박을 하는 장소다보니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5월 초순임에도 불구하고 저녁이 되면서 영하의 날씨로 떨어졌고 -그날은 영하 4도-
13시간을 걸으면서 흘린 땀으로 인해 몸의 체온이 내려가며 으쓸으쓸 추워져
아직 대피소 배정(노고단은 4시부터 배정 받아 들어가서 쉴 수 있었는데 세석은 6시부터 방배정이라
4시 반경 도착한 우리는 편히 쉴수가 없이 대피코너 배정을 기다려야 했다)을 받지 못해 할 수 없이
젖은 옷을 먼저 갈아 입어야 했다.
6시 세석대피소, 1호실 여자 19번코너를 배당받고
이곳에서는 씻을 물도 없고 쓰레기도 되가져가야 하는 곳이라 최대한 쓰레기도 줄이고
씻는 것은 수건에 물을 묻혀 대강 닦고 저녁을 먹고 내일의 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가지고 간 음식도 거의 바닥이 날 지경에 왔기에 더 많은 허기짐을 느끼는 저녁이 되었다.
휴대폰까지 통화이탈권에 접하면서 한번도 연락을 주고 받지 못해
집에서 걱정할까 하는 맘으로 더 힘든 밤이었다.
13시간 걸은 날이라 몸이 묵직함을 느끼며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풀어주고 억지로 누워서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아 대피소 안에 비치되어 있는 소설책 <거절할줄 모르는 여자>를 읽는 중
9시 소등으로 인해 억지로 잠이 들었으나 다음 날 4시 반 출발이라는 심리적인 부담으로 인해
잠을 설치며 세번정도 잠에서 깼다. (새벽 1시경, 2시경, 3시 45분경)
산에 오르며 누구나 부지런해지는걸까?
아님 산의 특성이 우릴 그렇게 만드는 걸까?
6시경이 되면 어두워지고 전기나 문화적 이기가 거의 전무후무한 심심산중이다보니
누구나 일찍자고 일찍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이 되는가보다.
올빼미형인 나 역시 억지 춘향식으로 그렇게 되었다.
그래도 세상은 참 공평하다.
시간 안배의 능력을 가진 나의 24시간은 도시속의 나에게도, 지리산 속의 나에게도
내가 하고픈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해주었다.
4시 반경 일어나 촛대봉 일출(5시 20분 예정이었음)을 보고자 하였으나
새벽녘 지리산의 영하의 추위와 흐린 날이 허락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산님들도 우리처럼 일출을 포기하는 듯 했다.
누가 그러더라.
천왕봉의 일출은 3대가 적선을 하고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고
우리 조상은 덕을 쌓지 않으셨나?
백두산 천지도 그렇다고 하였는데 난 작년 러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 백두산 천지를 완전히 보고 왔는데, 딱 한번만에....
그럼 뭘까? 백두산과 지리산의 삼대 적선의 차이는, 내 마음의 전설인가!!!
아침을 간단히 먹으려 취사장에 갔더니
우리 옆 산님들 일행이 황당한 일을 당해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엇저녁에 아침 일찍 출발하려고 미리 밥을 다 해놓았는데 오니 누가 지어놓은 밥을 다 먹어버렸다는 것, 그러면서 쌀조차 두지 않아 아침밥이 없다는 것, 앗 우리 반찬통도 뒤져 먹은 흔적!!
이제 초파일도 얼마 안남았는데 배고픈 이에게 적선했다는 맘을 갖자며 위로하고
아침으로 인스턴트 블럭을 풀어넣고 그곳에 햇반 덩어리를 그냥 넣어 푹 끓여 육개장탕을 만들어 먹고 드디어 출발!!
3일차, 지리산종주의 마무리 날! 세석에서 대원사까지~~
장장 12시간을 걸어 세석에서 천왕봉 찍고 중봉에서 써리봉까지 걸어걸어 대원사 시외버스터미널로 지리산 종주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5시반 출발.
둘쨋날 무리하게 걸어서 그런지 촛대봉으로 오르는 나의 장딴지는 내것이 아닌 것 같았다.
장딴지 뒤에 꼭 철근더미를 달고 있는 기분으로 뒤에서 누가 당기는 것 같았다.
촛대봉을 올라 장터목 대피소로 가는 길은 바로 바람고개였다.
겨울 옷과 바람막이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뼈까지 스며드는 바람과
무겁지 않은 나의 체중을 어디론가 날려버릴 듯한 드세 바람에 한치 앞을 걸어 갈 수 없을 정도였다.
일행과 무리를 지어 바람을 피해가며 제석봉 인근의 고사목 지대를 오르는 순간,
넘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와 고사목의 의연하고 신비로운 자태에 순간 발길을 멈추었다.
지리산 종주를 맺고 이곳에서 한없이 머물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힘든
비경이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바로 그곳이 천지창조의 근원지인 것 같았다.
바람의 흐름에 따라 구름이 슬라이드처럼 펼쳐지고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구름의 흐르는 형세가
한폭의 그림이었다.
제석봉을 지나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을 넘어 드디어 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
아~ 천왕봉, 내가 하늘에 있고 천왕봉이 내 품안에 안기는 순간!!!
뭐라 말할 수 없는 감격과 벅참에 순간 아찔함 마저 느꼈다.
천왕봉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중봉과 써리봉을거쳐 치밭목대피소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떼우고
무제치기 폭포를 거쳐 유평리로 걸어 내려오는 아름다운 산길은 정말 한폭의 자연화로 범벅이 된
병풍과 같았다.
산의 지형과 해발에 따라 형형색색의 야생화 군락지를 만나며
이름모를 들꽃의 천연 색감을 지닌 꽃잎에 감탄을 자아내며 연방 카메라로 담기에 정신이 없었다.
지리산 종주를 하는 이가 있다면 정말 하산길을 유평계곡 능선을 선택하라고 극추할만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코스였다.
적당히 오르다 내리다를 반복하면서 곳곳에 이룬 야생화 군락지와 쉼터들,
쉼없이 들리는 산새들의 지저김과 계곡의 흐르는 물들의 속삼이이 함께 이루는 자연의 조화!!!
너무나 행복한 2박 3일의 지리산 종주!
콧노래를 부르며 약간의 엄살을 섞어가며
넘 행복한 날을 지리와 함께 나눈 꿈 같은 시간들!!
지리산 종주를 끝내며 느낀 것 하나!
매년 지리산종주를 하리라!!!
내 마음에 수십가가지 질리지 않은 각각의 아름다운 지리산풍경화가 완성될 때까지~~~
눈속의, 단풍 속의, 녹염 속의 지리산을 품을 수 있을 때까지~~~
사랑한다. 지리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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