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약선요리가 전하는 음식궁합
2013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우리교육청에서 열린 북부아카데미에 약선요리가를 초청하여 강의를 들었다.
우리나라 야생초, 알고보면 모든 것이 약초였다. 그분이 보낸 음식에 대한 도움거리라 올려본다.
음식의 맛과 멋은 따로 떨어질 수 없다
대나무 국화 보릿잎 차조기 호깨나무
음식은 사람을 자연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이다. 그래서 사람은 음식을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된다. 한국의 전통음식이 강인한 생명력이 있는 것은 한국인과 자연환경이 조화해서 어울려온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모습의 깊이는 한국인이 전통음식을 먹으면서 느껴온 맛과 누려온 멋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맛과 멋은 눈에 보이거나 만져볼 수 없고 그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이 혀로 느끼는 맛의 감각이고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먹는 과정을 보는 사람이 느끼는 것이다. 우리 음식의 맛과 멋은 따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맛에서 멋이 나오고 멋에서 맛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본다. 맛을 느끼지 못하면 결코 멋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맛이 충족되어야만 멋을 추구할 수 있다. 맛이 없는 곳에는 멋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유사상은 풍류이다. 풍류는 곧 멋이기도 하다. 한국음식의 맛은 양념 맛에 있다. 그 중에서도 장맛이다. 양지볕 한편에 올망졸망 자리 잡은 장독대, 이곳에는 여인네의 삶이 진하게 배여있는 곳이다.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또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얼굴만 바뀔 뿐 수백년 수천년 안주인의 손맛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금남의 성역인 장독대라는 공간이다. 음식 솜씨 좋은 아낙일수 록 장독대를 자주 들락거린다.
큰 항아리에는 몇 대에 걸쳐 대물림하며 잘 우러난 간장이 그득하게 담겨져 있다. 장독대의 우두머리는 간장독이다. 음식을 만들 때 얼마만큼 들어가든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양념이 간장이다.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은 비록 볼품은 없어도 쓴맛은 쓴맛대로, 신맛은 신맛대로, 단맛은 단맛대로, 짠맛은 짠맛대로, 매운맛은 매운맛대로 달고 맛이 있고 입에 착착 붙는 끈기가 있다. 그래서 힘들고 괴로울 때 고향을 생각하고 어머니의 음식맛을 그리워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무서리 내리는 시월상달 어느 말날 가을걷이도 끝난 다음 콩을 삶아 메주를 쑤어서 메주를 띄우는 방에 지푸라기를 깔고 띄운다. 꾸득꾸득 말린 메주를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씻어서 말린다. (장 담그기 일주일 전에) 손 없는 길일을 택해서 간장을 담근다.
전통음식의 멋은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있는 무형의 아름다움이라고 본다. 이 아름다움은 음식에 직접 표현되고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멋은 색깔로 나타나고 상차림에서 드러내고 운치 있게 먹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한국음식의 색은 자연 그대로의 색이다. 자연과 뗄래야 뗄수 없는 인간과 자연과의 지혜로운 조화를 이룬 것이다.
정월 보름이면 밤, 호도, 잣, 땅콩 등을 먹음으로써 부족한 지방을 섭취하고 입춘이면 5가지 매운맛을 가진 채소를 먹으면서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의미와 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C를 보충했던 합리적인 식습관,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할 때 진달래꽃을 따다 화전을 부치고 술도 담그고, 가을이면 국화꽃을 따다 화전을 부치고 화채도 하고 술도 담그는 낭만이 있었다.
옛 선조들의 꽃을 보는 눈은 색달랐다고 한다. 그 꽃이 화사하고 아름답고 요염한 것을 취하지 않고 그 꽃의 지조를 보고 품격을 매겼다. 꽃의 품격은 9품으로 나누는데 진달래는 5품이었다고 한다. 진달래는 오로지 북쪽을 향해서 피는 것을 절개를 지키는 신하의 님향한 일편단심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이규태 선생은 말한다.
꽃에게 벼슬까지 주고 그 꽃을 먹기도 했다. 한국인은 자연을 인간화하고 인간을 자연화 하는 멋진 민족이다. 인간의 미각 앞에 열려있는 광대 무변한 세상에서 우리들은 그 미각 때문에 병을 얻기도 하고 인성도 바뀌고 운명도 좌우된다고 본다. 한 나라의 운명도 그나라가 식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무엇을 즐겨먹는지 보면 된다.
인간이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도록 창조한 조물주는 식욕으로써 먹도록 인도하고 쾌락으로 보상하도록 해왔다고 한다. 그 식욕들이 생명을 이어가는 근본인 식생활을 우리에게 좀 더 유익한 방법으로 식물을 익히고 활용가치를 알아서 일상생활에 도움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생명력 대나무
우리 조상들은 대나무를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여겨 매화, 난초, 국화와 함께 사군자로 불렀다. 댓잎으로 술을 빚기도 했으며 대나무 줄기와 잎은 약용으로 사용해 왔다. 대나무는 식품을 보존하는데 방부제 역할로도 사용했으며
술, 간장, 기름을 보관할때는 죽통으로, 고기를 포장할 때는 죽순의 껍질이나 잎을 이용했고, 겨울에 동치미를 담글때는 어린 줄기와 잎을 넣어 쉽게 시어지는 것을 방지하기도 했다. 또한 떡을 찔때는 대나무 잎으로 싸서 쪘고 팥을 삶을 때도 잘 부패하지 않도록 잎을 넣었다.
대나무의 생명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2차대전때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떨어졌을 때도 대나무는 생존했고 월남전 고엽제 살포로 온갖 식물이 다 말라죽었는데도 대나무는 끄떡없이 살아 남았으니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식물임에는 틀림없다.
질병치료로 사용할때는 대나무 기름, 대나무 줄기, 속껍질, 대나무 잎 등을 쓴다. 대나무 기름은 피부의 열을 내리고 화상을 입었을 때 환부에 계속 바르면 화끈거리는 것이 덜하며 빨리 가라 앉는다. 기침이나 중풍으로 담이 성할 때 간질, 파상풍, 해열, 이뇨, 혈당강화, 혈압강화, 정신이 혼미할 때 폐에 열로 인해 가슴이 답답할 때에도 사용한다. 대나무 속껍질은 위의 열로 인한 구토, 구역질, 메스꺼움을 없애준다. 대나무 잎은 위장의 열과 심장병에 좋은 약재다. 열병으로 입과 혀에 종창이 생기는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
해열, 진통, 해도, 소염효과가 있는 가을국화
가을철 개화기에 채취해 그늘에 말려 그대로 쓴다. 또는 검게 볶거나 술을 뿌려 법제를 하여 건조시켜 사용하기도 한다. 약용으로는 흰꽃과 노란꽃을 쓰며 맛은 단 것이 좋다.
*풍열 감기로 열이 높고 풍을 꺼리고 약간 땀이 나는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민간에서는 해열, 진통, 감기두통, 현기증 치료와 녹내장에도 사용된다.
*관상동맥의 확장과 관상동맥 혈류량의 증가에 뚜렷한 작용을 한다.
*국화를 건조시켜 차로 달여 먹으면 잠이 잘오고 신경쇠약으로 인한 두통을 치료하고 시력을 증강시킨다.
병든 간을 치유하는 어린 보릿잎
겨울을 지난 어린 보릿 잎은 동맥이라고 한다. 한방이나 민간에서는 귀중한 약으로 써 왔다. 어린 보릿잎에는 비타민, 효소, 엽록소 등 온갖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을 뿐 아니라 몸 안에 쌓은 독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간염이나 간경화증에는 어린 보릿잎을 뿌리째 캐어 그늘에서 말린 것 1kg과 오리나무 껍질 1kg, 도토리 500g을 물 2리터에 타서 6시간 이상 달인 물로 수시로 차 마시듯 마시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보릿잎은 간의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간의 기능을 크게 도와주며 소화를 잘 되게 하므로 간병환자의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된다. 보릿잎은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차거나 소음인이나 태음체질의 환자는 더운 성질의 인삼이나 꿀 등과 함께 쓰는 것이 좋다.
보릿잎은 생즙을 내어 마시는 것도 좋다. 미국의 유명한 배우가 간암에 걸려 온갖 좋다는 치료법을 다 써보았지만 효과를 못 보던 중에 보릿잎과 밀싹을 녹즙내어 3개월 동안 먹고 암을 고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맛이 쓰고 떫은 맛 때문에 마시기가 거북한 사람은 보릿잎을 동결 건조시켜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건강식품으로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보릿잎의 미네랄은 채소 중에서 미네랄이 가장 풍부하다고 하는 시금치와 견주어 보더라도 칼슘이 11배, 마그네슘이 3배, 칼륨은 18배나 많이 들어있다. 예를 들면 우리 몸에 칼륨이 모자라면 골다공증을 비롯하여 치아와 관절에 이상이 생기고 변비가 오고 몸이 피로해지기 쉽다.
어린 보릿잎에는 비타민도 매우 풍부하다. 비타민은 B1은 우유의 30배, 비타민C는 시금치의 33배, 카로틴은 시금치의 6.5배나 들어있다. 보릿잎은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고루 들어있는 식품인 동시에 만능에 가까운 약초이다. 반드시 겨울을 지난 것이어야 제대로 약효가 나타난다.
환절기 감기와 물고기 중독 푸는 천연 방부제 차조기
2천년 전쯤 중국에서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명의 화타가 제자에게 이야기 했다. “언젠가 어느 여름철에 내가 강남 지방의 강가에서 약초를 캐고 있을 때 수달이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간신히 삼켰다. 그러나 물고기가 너무 큰 놈이라 그걸 삼키고는 배가 북처럼 불룩하여 터질 것 같았는데 괴로워서 어쩔줄 몰라 하더니 풀밭으로 나와 보랏빛 풀을 뜯어 먹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속으로 유유히 헤엄치며 놀더군. 그때 나는 알았는데 물고기는 성질이 차고 차조기(자소)는 성질이 따뜻하여 서로 중화하여 물고기의 독을 풀어준다는 것을.“
자소는 우리말로 차조기라고 한다. 줄기와 잎이 보랏빛이 나는 것이 들깨와 다르다. 잎이 보랏빛이 진한 것일수록 약효가 높고 잎에 자줏빛이 나지 않고 좋은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들차조기라 하여 약효가 훨씬 낮은 것으로 친다.
차조기에서 기름을 짜는데 이 기름에는 강한 방부작용이 있어서 20g의 기름으로도 간장 180리터를 완전히 썩지 않게 할 수 있다. 차조기 씨앗기름에 들어있는 사소알데히드 안키티오숨이라는 성분은 설탕보다 무려 2천배나 단맛이 강하다고 한다. 그러나 물에 풀리지 않고 열을 가하면 분해되며 독성이 있어서 많이 먹으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기침, 가래-차조기 잎과 백도라지 뿌리를 달여서 마신다.
*기관지염, 천식-차조기 생즙을 내어 마신다.
*환절기 감기-차조기잎30그램과 귤껍질 10그램을 물로 달여서 마시고 땀을 푹낸다.
*물고기, 게를 먹고 중독되었을 때-차조기20~30그램을 진하게 달여서 마신다.
*불면증, 신경쇠약-차조기 잎을 생즙내어 소주잔으로 1잔씩 마시든지 날것으로 베게 밑에 넣고 잔다.
*당뇨병, 호흡곤란일 때-차조기씨, 무씨를 반씩 섞어서 볶아 가루 내어 한 번에 5~10그램씩 하루 세 번 먹는다.
알코올 중독 푸는 명약 호깨나무
술은 백가지 약 가운데 으뜸인 동시에 백가지 독가운데 으뜸이기도 하다. 한국토종 호깨나무(휘파람나무)는 술독을 푸는데 세계에서 으뜸이라 할만하다. 옛 문헌에 보면 “호깨나무는 두통과 복통을 다스리고 술독을 푼다. 나무껍질은 다섯 가지 치질을 다스리고 오장을 조화롭게 한다”(당본초)고 되어있다. 또 “옛날에 어떤 사람이 집을 수리 할 때 호깨나무를 사용하다가 잘못하여 나무 한 토막을 술독 속에 빠뜨렸더니 며칠 뒤에 술이 모두 물이 되었다”(맹선)고도 했다. 이 나무를 달인 차를 한 잔 마시고 나서 술을 마시면 평소의 3~4배나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나서 구토가 나고 목이 마르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울 때 호깨나무를 달인 차를 한 잔 하면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빨리 깨어난다.
*술로 인한 황달이나 간경화, 지방간 등 갖가지 간질환이나 만성관절염에는 호깨나무만을 쓰는 것도 좋지만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 율무, 팥 등을 더하여 약을 지으면 그 효과가 불가사의 할 정도로 빨리 나타난다.
*술을 지나치게 마셔 중독된 것을 치료하려면 호깨나무줄기 쓴 것을 1냥(35g)을 큰 잔으로 물 한 잔에 넣고 절반이 되게 달여 찌꺼기는 버리고 따뜻하게 하여 먹으면 그 효력의 빠르기가 번개와 같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