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책방

격동기, 여성 고난사속에 나타난 조선방직 노동자의 삶을 그린 <무옥이>

교육신화 2014. 2. 14. 11:18

2014 부산원북도서중 한권이자 작가 이창숙씨의 두번째 소설 무옥이....

얼마전에 읽은 김대현 장편 <홍도>, 그리고 <무옥이>,

조선시대~격동기를 살아온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소설로 여성이라는 동질성을 떠나서 읽는 이의 감성을 짜안하게, 한편 짜증나게 만드는 소설...

여자이기 때문이란 상투적 문구가 늘 붙어다니며 족쇄로 만들고, 여자이면서 글을 안다는 이유와 시대를 앞서나가는 여자이기때문에 고난을 더 받아야한다는 얄궃은 운명아닌 숙명같은 스토리 전개...

 

넘 속상하다.

16 어린 나이에 시집가는 날, 사랑하는 남동생 무창이가 급사하고

그로 인해 남편 상두는 무옥이를 영영 떠나버리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을 살면서 기와집할머니와의 인연으로 여자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자존감을 서서히 찾아가는 중, 어릴 적 동경의 대상이였으며 절친인 순자(오빠의 학비를 대주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상경하여 경방에 입사한 어릴 적 친구)를 찾아서 무작정 상경한 무옥이, 그곳에서의 고단한 노동자 삶에 찌들려 갈 무렵, 야학에서 만난 이재유를 보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역사교사였으며 일제의 강요를 거부하고 사표를 던지고 집을 떠나 만주 등지를 외유하며 사상적 고뇌를 하다가 해방과 더불어 공산주의 사상가란 미명아래 감옥살이를 하다가 폐병에 걸려 결국 사랑하는 딸 무옥이를 보지도 못한 채 임종한 인테리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사는 재유에 대한 연정을 품지만 이미 혼인한 경력이 있는 지라...

6.25전쟁이 터지자 순자와 함께 부산으로 와서 조선방직에 입사를 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중 이재유와 재회하고 이재유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갈등하던 중, 길에서 우연히 남편 상두와 그의 서울 아내와 길에서 만난 후 그동안 길러 온 머리를 자르고 재유의 청혼을 받아 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방직의 노동쟁의로 절친인 순자(아버지처럼 똑같이 감옥에서 폐병을 앓다 가석방되어 치료를 받던 중 사망)를 잃고, 사랑하는 사람 재유와 함께 조선방직 노동쟁의에 앞장서면서 자신 속에 숨어있던 정의감과 시대적 책임감에 눈을 뜨는 <무옥이>...

우리시대의 정경유착과 노동쟁의의 시발점이 된 조선방직 이야기를 작가 이창숙은 3개월 선고를 받은 어머니의 힘겨운 구술을 바탕으로 1940년대 식민지 시대 말기에서 1952년 한국전쟁 기간에 이르는 동안 경기도 화성과 서울, 부산을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가슴아픈 역사속에 유년기와 청년기를 맞이하는 무옥이와 그의 친구 순자, 그리고 시대적 희생양이 된 무옥이 아버지, 그리고 많은 조선방직 노동쟁의 희생자들, 그속에서 여성의 성장통을 읽기 편하게 써내려갔다.

 


무옥이

저자
이창숙 지음
출판사
상상의힘 | 2012-09-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문학과 역사의 관계를 밝혀 보이는 청소년소설문학은 사실보다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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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할머니들의 삶이 담긴 청소년 소설! >
이 소설은 무옥이의 열네 살부터 스무 살까지의 성장을 따라간다.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로 인해 식구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 동생의 죽음, 조혼 풍습, 시집살이, 서울로의 출분과 부산으로의 피난, 그곳에서의 노동운동 등 짧지만 파란만장한 기록을 그리고 있다. 힘든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간 우리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청소년소설은 반드시 가벼워야만 하는가?
문학과 역사의 관계를 밝혀 보이는 청소년소설


2000년대 동화의 융성으로 우리 어린이들은 풍성한 읽을거리 속에서 자랐다. 이 어린이들이 청소년이 되었을 즈음 그에 맞추어 새로운 청소년소설이 대거 출판되었다. 동화와 소설을 이어주는 다리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청소년소설은 여전히 문제점이 적지 않다. 인물의 도식적인 설정, 신기한 소재 개발에 치중하는 소재주의적 경향, 문체의 가벼움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 새로운 청소년소설 이창숙의 <무옥이>가 나왔다. 소설과 다를 바 없는 깊이를 가졌으나, 소설과 다른 청소년소설만의 특성 또한 잘 품어 안고 있는 작품이다. <무옥이>는 어린아이에서 청소년으로, 마침내 성인으로 한 인물이 성장해 가는 전형적인 성장소설로 볼 수 있다.
<무옥이>는 1940년대 식민지시대 말기에서부터 1951, 52년 한국전쟁 와중에 이르기까지 짧은 기간을 다루고 있다. 이때 주인공 ‘무옥이’는 열넷에서 스물에 이르는 청소년기다. 경기도 화성과 서울, 부산을 배경으로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로 말미암아 식구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 동생의 죽음, 조혼 풍습, 시집살이, 서울로의 출분과 부산으로의 피난, 그곳에서의 노동운동 등 짧지만 파란만장한 기록을 담고 있다.
6, 70년 전의 이야기이기에 이 소설은 어쩌면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네 할머니들의 삶을 그저 수난의 희생양으로 그리지 않고, 가파르게 펼쳐지는 역사 속에서 당당히 자신의 삶을 창조해 가는 단단한 주체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 청소년소설은 이제 쉼 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몽실언니>와 그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나가는 <무옥이> 모두를 거느리게 되었다. 우리 청소년들이 오늘의 문제뿐만 아니라 <무옥이>와 함께 역사 속에서 자신의 삶의 이정표를 한번 비춰 보기를 기대해 본다.

<추천하는 말>

문학은 사실보다 진실에 한층 더 가까운 거짓말이라고 한다. 역사와 같은 엄정한 사실성은 없을지라도, 삶의 의미를 되짚어 살필 수 있는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진실에 더욱 가깝게 육박해 간다는 것이다. 이창숙의 소설, <무옥이>는 이를 잘 입증해 주고 있다.
소설 <무옥이>는 1940년대 식민지 시대 말기에서 1952년 한국전쟁 직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경기도 화성과 서울, 부산을 배경으로 짜여져 있다. 이 배경 속에서 주인공 무옥이는 삶을 어루만지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힘겨운 현실과 맞선다. 현실이 혹독할수록 인물의 순정함은 빛을 발하고, 그 빛이 다시금 더욱 첨예한 모순과 대면하도록 만든다. 줄거리가 펼쳐질수록 인물과 사건, 현실과 시대는 서로 뜨겁게 마주치고, 마침내 격렬하게 충돌한다.
이 아름답고 힘찬 작품은 자연스럽게 권정생의 ‘몽실언니’를 떠올리게 하고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우리네 할머니들의 삶을 생각게 한다. 또한 문제투성이 현실에 맞서 성장통을 겪는 수많은 지금, 여기에서의 청소년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 김상욱(문학평론가, 춘천교육대학교 교수)

▲ 무옥이(이창숙 | 상상의 힘)예나 지금이나 목숨을 부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예전엔 우선 평균수명이 짧았다. 게다가 물질문명이 발달하지 않아 인간 삶의 구석구석에 어두운 구멍이 많았다. 특히 교통과 통신의 미발달에 따른 어려움이 많았다.예전에 비해 지금은 물질문명이 필요 이상으로 발달했으며 인간의 평균수명 또한 엄청나게 길어졌다. 교통과 통신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발달했다. 그만큼 사는 게 편해졌다. 그러나 사는 게 편해졌다고 인간의 가치도 같이 높아졌을까?< 무옥이 > 는 인간의 가치를 다룬다. 인간은 무엇을 보고 살아야 하는가, 인간이 지향해야 하는 건 무엇인가 등을 줄곧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인간의 가치. 말은 쉽다. 그러나 그걸 지키는 건 어렵다. 지키기 어렵기에 많은 사람들이 식민지 조국의 현실에 눈감은 친일파가 되기도 하고, 자본의 노예가 되어 동료 노동자를 외면하기도 한다.그뿐인가. 올바른 생각을 갖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면 '빨갱이' 딱지를 마구 붙여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친일파였던 그들은 나중엔 걸핏하면 엉터리 반공주의자가 되어 자본과 권력을 꿀꺽 삼킨다.무옥이는 여자이기에, 또 몸이 약하기에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야 한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가혹하기만 하다. 첫날밤도 못 지낸 청상과부 노릇에다 고된 시집살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자 '사상가'가 되어야 했던 아버지. 그러나 해방 조국의 감옥에서 병으로 죽고 만다. 무옥이 애틋하게 정을 쏟고 사랑했던 동생 무창이는 하필 혼인날 복막염으로 세상을 떠난다. 지금 같으면 치료가 그리 어려운 병이 아니다. 그러나 무창이는 걸맞은 치료는커녕 제대로 앓아보지도 못하고 저 세상 사람이 된다. 신랑은 그걸 핑계 삼아 무옥을 외면한다. 그럼에도 신랑 없는 시댁으로 가서 시집살이를 해야 하는 무옥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국 영화일까? 아니다. 이 시절 여인들의 삶이다. 그야말로 징글징글하다.무옥은 자신의 존엄을 지키고자 서울에서 공장살이를 하는 어릴 적 동무 순자를 찾아 마침내 시댁에서 나온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새로운 생활도 잠시. 한국전쟁이 터지고 만다.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꾼들은 이미 도망치고서 서울 사수를 외친다. 그러면서 한강 다리를 끊어버린다. 누구를 믿어야 하나?전쟁 와중에 부산으로 피란 가서 조선방직에 취직해 짧은 여유를 가졌지만 노동운동을 하던 동무 순자를 떠나보내고, 야학교사로 무옥이에게 청혼했던 이재유 선생도 떠나보내고, 이제 무옥이 그 뒤를 잇는다. 무옥은 늘 역사의 현장을 지키며 성실히 살아간다. 자기 몫을 다한 목숨들이 어이없이 세상을 뜨자 무옥이 그 뒤를 잇는다.역사는 사실을 기록함으로써 후대의 평가를 기다린다. 문학은 사실보다는 진실을 적는다. 허구적 사실이라도 그게 진실성이 있으면 형상화한다. 독자는 문학의 허구성보다는 진실성에 환호한다.해방 공간과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 무옥이 > 는 도식적 인물 설정에 따른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야기가 지녀야 하는 몫은 다했다. 청소년 독자에게 할머니 세대의 젊었을 때 이야기를 이처럼 실감나게 그려서 보여주기가 그리 쉽지 않다.< 박상률 | 작가 >

책속으로

“할머님. 저 성두댁이에요.”
“응. 웬일이여? 오늘 책 보는 날도 아닌데. 어여 들어와.”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아 손가락으로 방바닥만 문지르고 있는 무옥이를 보고 할머니는 다가와 손을 잡았다.
“무슨 일이 있어?”
“…….”
“허긴.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지. 쯧쯧.”
“…….”
“나두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저기 탤재 밭 알지? 그 밭에 학교를 지으면 어떻겠니? 정식 학교가 어려우면 응, 그 뭐냐 그냥 야학이래두. 내가 땅을 빌려 주마.”
“…….”
“교실 하나 짓구 책상 걸상 살 돈두 내가 낼 테다. 거기서 니가 글두 가르치구 책두 보구. 응? 응?”
평상시 말이 많지 않은 할머니가 갑자기 허둥지둥 말을 쏟아냈다.
“…….”
무옥이 눈에서 눈물이 방바닥으로 똑 떨어졌다. 무옥이는 얼른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 손가락 위로 눈물이 자꾸 떨어져 내렸다.
“가지 마라.”
“…….”
“가지 말어. 그깐 눔…… 잊어버리구 살어. 그런 변변찮은 눔.”
무옥이는 말없이 일어나서 큰절을 했다.
“……저에게 해주신 모든 거…… 잊지, 않을게요.”
“얘야.”
기와집 할머니는 옷고름으로 눈가를 닦았다.
­본문 163∼164쪽

“고맙다. 무옥아. 나 한숨 잘래. ‘서시’ 한 번만 더 읽어 줘.”
“그래. 한숨 자.”
병원 창문 밖으로 단풍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를 다 읽고 고개를 들어 순자를 봤다. 순자의 고개가 왼쪽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꼭 감은 두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천천히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옥이는 멍하니 순자를 바라보다 천천히 책을 내려놓고 순자에게 다가갔다.
“수, 순자야.”
무옥이는 순자의 야윈 몸을 껴안았다. 따뜻했다. 하지만 목은 힘없이 뒤로 꺾였다. 무옥이는 얼른 손을 순자 목 뒤로 돌려 감싸 안았다. 가슴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온몸이 저려왔다.
“수, 순자야. 순자야.”
­본문 318∼3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