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화의 독서일기를 정리하면서 3-
며칠 전 1정 연수 때 강의를 받은 교직경력 5년 차 후배에게 메일을 받았다.
너무나 기뻤다. 나의 짧은 실력이 후배교사들에게 무슨 보탬이 될 까하는 마음으로 1정 강의를 수년간 해온 나에게 큰 의미를 주는 메일이었다.
선배교사의 의미없는 말 한마디 -불광불급(不光不扱), 교사로서 좁게는 제자사랑도 좋지만 더 큰 의미에서 평생을 걸어갈 교육자로서의 길을 통해 진정한 교육사랑에, 그것을 교실수업개선을 위한 자기 연찬, 더 나아가 전문가가 되기 위해 수업에 한번 미쳐보자는 말, 그리고 나의 부족한 교직 경험과 수업 사례를 두서없이 열변을 토한 적은 두 시간 강의 내용에 깊은 감명(?)을 받고 용기백배(勇氣百倍)하여 2006학년도 수업발표대회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는 기특한 후배! 그것도 도덕 수업을 하겠노라는 후배의 메일을 받고 보니 1정 연수 때 교실수업개선을 위한 작은 전략이란 주제를 가지고 나름대로 도덕과 수업에 대해 설왕설래(說往說來)한 것이 헛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기뻤다. 바로 이것이 젊은 후배 교사들의 마음인 것 같다. 선배교사의 따뜻한 배려와 수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정보 공유를 그들은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 같다.
선배의 수업 조언을 바라며, 이르지 않더라도 (수업에 )미쳐보고 싶다는 장안초등의 미남 후배 최△△교사의 건녕을 빌며, 후배교사들의 또 다른 불광불급(不光不扱)을 바라며 감히 이 책을 교사들이 읽어야 하는 도서 1호로 추천하고 싶다.
‘미쳐야 미친다’는 조선지식인의 내면 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며 한양대 국문과 정민 교수가 먼지 쌓인 한적(漢籍) 속에서 오래된 미래를 발견하고 오늘 날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작업을 꿈꾸며 인문학을 가로지르는 학문적 혁신과 확장을 모색하는 책으로 도서출판 푸른 역사가 엮은 책이다. 우연히 인터넷서점을 서핑하다가 만난 책, ‘미쳐야 미친다(不光不扱)’라는 제목이 오늘 날 현대인들, 특히 지식인들에게 부족한 뭔가를 치유할 거리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구입하여 읽었다. 정말 교육혁신을 부르짖는 교사라면, 아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읽어야 할 책임에 분명하다.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손에 든 순간 빠져들어 읽고 또 읽은 책, ‘미쳐야 미친다(不光不扱)’ 이 책은 오늘날 우리들이 매사에 순간적이며 일시적이고 지속성보다는 순간성을 노리는 현대인의 특성을 꼬집어주며 선조들의 학문적 열정이나 자신의 영역에서의 광적인 집착이그 분들의 살아 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했더라도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오늘을 사는 후손인 우리들에게 큰 거름이 된 것을 보니 정말 느끼는 것이 많았다.
오늘로 치면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숨을 쉰 분들, 그러나 그분들이 그들 살아 생전 영화와 부귀를 추구했더라면 살아 생전은 누구 못지 않은 부귀영화를 누렸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남이 미치지 못할 경지에 도달하려고 자기의 영역에 미쳐버린 그 분들의 행태는 그 당시 사회인들에게는 광기(狂氣)로 보였고 이해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사회적 풍토는 오늘 날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렇게 남들이 돌아보지 않고, 인정하지 않을 지라도 그 분야에 aqlcl는 사람들, 그래서 남들이 상상 못한 업적을 남기는 사람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선구자라 부르고 오늘날은 쉽게 표현하고 그 영역의 확장을 위해 마니아(Mania-빠진 사람, 폐인 등)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늘날의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그저 대충해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 혹은 운이 좋아 작은 성취를 이루었다 해도 그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오늘날의 사회가 인정하는 매니아들은 ‘미쳐야 미친다’ 속의 18세기 조선을 광기로 이끈 그 시대의 또라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급변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특히 교육과 전문 지식인이라는 교사는 반드시 필독해야 할 도서임에 틀림없다. 단순히 꽃 감상에 미친 것이 아니라 꽃을 관찰하고 묘사하여 그것을 그림으로 남겨 후손들의 식물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김덕형의 이야기, 돌만 보면 벼루를 깎았던 석치(石痴) 정철조는 당당히 문과에 급제하여 당시 사람들이 장인은 기피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능을 하고자 하는데 바쳐 기중기와 도르래. 멧돌과 수차같은 기계들은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이런 사람은 18,19세기에 접어들면서 어느 한 분야에 미쳐 돕고의 경지에 올라선 마니아들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칼수집광이었던 영조때 악사(樂士) 김억, 매화에 빠져 매화시광(梅花詩狂)이 된 김석손과 그림값으로 받은 돈 3천양을 쾌척해 매화를 사들였다는 김홍도, 담배를 좋아해 담배의 주제를 모아 <연경(煙經)>을 저술한 이옥, 돌에 미쳐 호를 아예 석당이라 지은 이유신과 중국의 사신으로 가서 손수레 한 가득 돌을 싣고 돌와 왔다는 신위, 비둘기 사육에 관심이 많아 비둘기 사육에 대한 <발합경(鵓鴿經)>을 저술한 당대 최고의 득세가 유득공, 그림에 빠져 그림을 익히느라 다락에 올라가 사흘만에 나타난 이징 등 한 시대 정신사와 예술사에 획을 긋고 못 긋고는 차후의 문제로 쳐도 그들이 한 분야에서 열정을 태우고 이름 석자를 남기지 못하고 스러져 갔을 지는 몰라도 요즘같이 업무에, 재능에, 일에 변덕을 부리는 우리들에게는 좋은 본보기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불광불급의 체취를 2006년 우리 교육계의 화두인 교육혁신이란 단어가 무색하지 않도록 우리도 한번 빠져들었으면 한다.
1정 연수 강의때 두서없이 흘린 ‘미쳐야 미친다(不光不扱)’는 이야기 한마디의 파급으로 수업발표대회를 준비하는 또 다른 후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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