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간만에 밤을 새우며 책장을 넘기게 해 준 책…….
책이 좋다.
아니 참 좋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
촐라체~
히말라야에베레스트 서남서17km, 남체 바자르 북동북14km 지점에 위치한 6,440m 봉우리!
정확하게 표현하면 소설 촐라체의 배경은 촐라체 북벽을 의미한다.
밤을 지새며 새벽 오는 빛에
눈꺼풀은 내려오지만
마음은 촐라체 밤하늘의 총총한 별빛 같게,
나의 카르마(업, 인연에 대한 집착)을 탕감시켜준
너무도 고마운 책…….
그동안 대상도 없는 집착으로
매번 보내지도 못하는 메일을 가슴속으로 쓰고, 지우고를 반복해 온 몇 개월…….
똑같은 코스로 반복하듯이 해봐도
더욱 안으로 사무치는 그 무엇에 대한 집착을
책, 촐라체를 덮는 순간
영교가, 상민이, 그리고 캠프지기 나가 그랬듯이
휘~익 바람소리 내며
나의 응어리진 가슴 속을 비워냈다.
붓다가 말씀하신
'카르마는 시간으로도, 불로도 또는 물로도 씻어낼 수 없다'는 그 진실이
어제까지 나에게는 절실한 명언이자 진실이었다.
그러나,
영교가 촐라체를 태우려듯이 야크 카르카에 불을 질렀듯이
상민이 신혜를 던지듯 촐라체에 차랑고를 묻고 왔듯이
캠프지기 나도 출가한 아들 연우에 대한 그리움을 쑤욱 던졌듯이
나 역시 촐라체를 영원히 탈출한 세 남자처럼
그렇게 책을 덮고 짧은 잠을 자고 일어나자
오늘은 왠지 그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을 것 같은,
짧은 잠이 그리 달콤하고 개운함을 오랜만에 느끼며
출근 길 지하철에서
그리움을 찾아 떠난 연우를,
해맑은 차랑고 소리를 내며 다시 돌아온 신혜를,
비록 신체의 일부분을 동상으로 인해 절단은 했지만
씨 다른 두형제의 보이지 않은 카르마의 절단을 의미함과 동시에
끊을 수 없는 인연의 고리를 다시 묶은 채,
미지의 세상을 향해
촐라체에 퍼부은 도전과 의지로 재무장하며
오늘 그들은 진정한 인생의 촐라체를 향해
두눈 부릅뜨며
새로운 삶을 걸어갈 것이다.
이제 두려움을 없을 것이다.
거대한 촐라체 북벽을 통해
진정한 영혼의 자유로움을 얻은 그들이기에…….
난 촐라체를 가본 적 없다.
그러나 영교와 상민과 동행하면서
나는 그들이 진정으로 정복할 수 없었던 촐라체에서의 경험이,
그 뒤 그들의 삶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것인지는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내가 그랬듯이…….
영교가 크레바스에 빠져 죽음을 목전에 두고 만났던
H. J. 1996. 11. 5 SEOUL KOREA
사랑해 영우, 선우, 마야, 정순희 미안ㅎ…….
죽음을 벗어나 하산하던 상민을
죽음의 촐라체로 다시 불러들인 것은
김영주 선배의 혼과 오버랩된
H. J. 1996. 11. 5. SEOUL KOREA
사랑해 영우, 선우, 마야, 정순희 미안ㅎ.......의 피켈 주인과의 조우를 통해
상민은 끈끈한 형제애 속에서 사투를 벌인 뒤 동생 영교를 구하고
동시에 삶의 끈끈함 속에서 벗어나지 못해
몸부림치게 했던 자신과 영주선배와의 카르마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난 역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상민과 영교, 캠프지기 나가 그랬듯이
촐라체를 덮고
짧은 잠을 깨고 나서
그동안 집착이란 인연의 카르마를 탈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남자,
아니 네 남자의 촐라체 빙벽을 향한 무모한 도전이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님을 절실히 안다.
인간은 모름지기
삶에 있어 힘든 현실 앞에서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
그 보다 더 두려운 대상을 동경하고 말없이 도전한다.
그 도전을 이겨내고나면
삶에 대한 열정과 살아온 날들에 대한 그리움이
복받쳐오면서
그 어떤 힘듬도 두렵지 않고 당당히 맞설 힘이 생긴다.
3년 전
내 삶에서 참 힘든 결정을 마음 속에 숨겨놓고
산이라면 낮선 모습으로 맞이하던 내가
난생처음으로 지리산 종주를 감행했다.
지친 삶의 도피처로 촐라체를 선택한 네 남자처럼…….
2박 3일간 하루 10시간 넘도록 무작정 걸었다.
무엇을 위해란 대상도 없이
무작정 이겨볼 거란 의지하나로
이틀간 샤워도, 편치 않은 잠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지리 산을, 지리산속을 헤맸다.
종주를 끝내고 난 뒤의 그 말할 수 없는 그 무엇…….
그것이 바로 나의 솔메이트이자 나의 또 다른 카르마의 탄생이기도 했다.
촐라체를 만난 후
연우를 찾아 산사로 갔다 네중(티벳어로 자유)과 조우한 캠프지기 나,
장애를 뛰어넘어 가스브륨의 두봉에 대한 행글라이더 고공 활강 등정으로의 희망에 찬 상민,
출소를 앞둔 영교의 독백~
'촐라체를 넘어왔는데……하나도 무섭지 않아요'란 말,
난 이해할 수 있다.
비록 그들의 촐라체처럼 거대한 벽은 아닐지라도
나의 지리산 종주 역시 나의 삶에 거대한 벽을 넘는데
큰 힘이 되었음에…….
끝으로
이 책에 나오는 유한진!
H. J. 1996. 11. 5 SEOUL KOREA
사랑해 영우, 선우, 마야, 정순희 미안ㅎ.......의 피켈 주인~
사랑하는 쌍둥이 아들 연우, 선우.
그리고 네팔어로 사랑이란 이름을 가진 딸 마야, 아내 정순희.......
잘나가는 중년의 산악인이
IMF로 인해 삶의 벼랑에서 선택한
촐라체 단독등정!
그것은 비록 실패로 끝나고
상민과 영교의 촐라체에서의 죽음에서의 상봉이 아니었더라면
잊혀져버렸을 죽음이지만
그는 자신의 카르마로 인해
다른 많은 이의 카르마로부터의 탈출을 한꺼번에 해결해 준
진정한 촐라체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
성장하면서 참 많이 듣고,
내가 되묻기도 한 질문,
"책은 참 좋은 것이지요?" - "예"
란 대답은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한 답이다.
왜?란 이유는 없다.
그냥 참 좋은 것이 책이란 의미는
우리네 삶에 명언처럼, 또는 개념화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책이 참 좋다는 것을
절실하게 해준 책.......
내 삶이 팍팍할 때,
하릴없이 무기력해질 때,
그리고 대상없는 그리움으로 몸부림칠 때,
내 삶의 처방전으로 두고두고, 곁에 두고 싶다. 소설 촐라체~
촐라체를 읽고 나서
나의 버킷리스트에 또 다른 목록이 오른다.
히말라야 트레킹!
그리고 거대한 촐라체 북벽 마주대하기!
<책장을 덮기 전에……>
저자 박범신은 말한다. 분명히,
촐라체의 주인공 박상민과 하영교는
한국인으로 최초 촐라체 북벽등정을 성공한 실존인물인 박정헌과 최강식의 이야기가 결코 아니라고…….
소설 촐라체의 주요인물은 세 사람이다.
촐라체 북벽등정에 성공한, 그리하여 생환은 했지만 그 댓가로 장애인이 되어버린 실존 인물 박정헌과 최강식을 모델로 한 박상민과 하영교,
그리고 그들의 등반을 망원경이란 매개체로 엿보면서 잃어버린 작가의식의 생환과 더불어 등반 일지 형식으로 기록한 정선배, 바로 캠프지기 화자인 '나'
현재까지 촐라체 북벽 등정을 성공한 팀은 단 1팀!
-1995년 프랑스원정대-
그들은 촐라체의 주인공 상민&영교&정선배(캠프지기 나)의 경우와 확연히 다르다.
원정대로 구성되어 많은 자본과 물자, 인원 투입을 통해 성공한 프랑스팀의 등반,
반대로 등로주의 등반은 인간 육체와 정신의 극한계를 요구하는 죽음을 건 등반!
바로 상민과 영교가 선택한 것, 등로주의 등반~
상민과 영교 2인의 촐라체 북벽 등정기를 근간으로 한 소설 촐라체!
그 속에 정선배로 등장한 캠프지기 나,
그는 망원경이라는 중간 매체를 두고,
아들 연우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작가)을 포기한 채 의미없이 살아온
날들과 그리움에 대한 카르마를 끊기 위해 절로 들어간 아들 연우와의
소통의 단절 속에 내 던진 삶의 방랑길에
우연히 히말라야에서 만난 제자 상민형제와의 조우를 통해
인연의 끈질긴 카르마에 의해 두형제의 등반일지를 쓰게 되고 비로소 작가로 탄생한다.
2005년 우리 산악인 박정헌과 최강식, 두 사람의 촐라체 북벽 등반의 성공~
촐라체를 정복하고 하산길에 그들을 그냥 보내지 않은 촐라체!
정복의 기쁨도 잠깐,
안자일렌(2인 1조 로프식)으로 하산하던 최강식이 크레바스에 빠지자,
로프에 함께 묶여 있던 박정헌이 로프를 끊지 않고 죽음의 입구에서
마침내 동료 최강식을 구해 생환한 과정을 소설로 엮은 것이다.
씨 다른 형제 상민과 영교의 트라우마인 어머니로 인해,
둘 다 지쳐버린 현실의 삶을 도망쳐 히말리야 촐라체 북벽을 타오르면서
삶의 극한계에서 서로에게 지친 삶의 지침을 뛰어넘고
둘 사이에 보이지 않던 애증의 강을 넘어,
삶에 대한 처절한 탈출을 시도하면서
죽음을 체험한 신체의 가혹한 이탈 경험을 넘나들면서
결국 인간 내면의 뛰어넘을 수 없는 생에 대한 애착을 되찾아 가는 과정~
결국 개인의 카르마는
누구의 탓도 아니며
누군가 대신 제거해 줄 수 없는
자신의 문제임을 깨달게 해준다.
촐라체는 한마디로
삶에 있어 숙명은 스스로 만든 카르마로 인해 흘러가는 것이며,
개인의 카르마와의 절연도 결국 개인 몫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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